[인간의 자리] 인간은 동물의 왕국 어딘가에 있다 ... 호모사피엔스 탐사

한국HR진단평가센터 승인 2023.08.21 14:32 | 최종 수정 2023.11.18 10:39 의견 0

■ 제목 ; 인간의 자리 진화인류학자 박한선의 호모사피엔스 탐사기

■ 저자 ; 박한선

■ 출판 ; 바다출판사, 23년

“인간은 다정하지도 악덕하지도 않다, 단지 전략적일 뿐”

인간은 사는 대로 살면서 이성적이고 도덕적이고 고귀하다고 착각한다


우리 모두가 알지만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있다. 자연에는 위계 서열이 없으며 인간 역시 자연의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는 ‘동물’이라는 사실. 만물의 영장 같은 건 없다. 이 얘기를 듣자마자 마음속에서 거부감이 든다. ‘어떻게 이성을 가진 인간을 동물의 자리로 격하하는가!’ 그런데 정말 우리는 이성적이고 도덕적이고 고귀한가? 매일 매시 만물의 영장인 만큼 최상의 판단을 하는가? 그렇지 않다. 사는 대로 산다. 습관에 따른다.

저자 박한선은 자신의 실제 모습을 인정하지 않는 이런 착각이 인간 멸종의 위기를 부른다고 진단한다. 50억 마리의 개체 수를 자랑했던 여행비둘기가 멸종한 것과 똑같이 말이다. 여행비둘기는 오랜 세월 비슷한 환경에서 무리 지어 살아왔다. 그러다 환경이 좋아지자 개체 수가 순식간에 불어났고 그 결과로 유전적 다양성이 줄어들었다. 높은 유전적 동일성은 재앙이었다. 환경은 늘어난 개체를 감당할 수 없었다. 여행비둘기 개체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도 못했다. 적응에 꼭 필요한 유전적 다양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모조리 죽었다.

인간도 다르지 않다. 구석기말 인류는 고작 400만 명에 불과했다. 오늘날 세계 인구는 약 80억에 이른다. 인간은 의기양양하다. 이렇게 번영한 건 인간의 지적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터무니없는 착각이다. 실패는 여행비둘기처럼 갑자기 온다. 인류의 유전자는 서로 아주 비슷비슷해지고 있다. 유전자가 동일한 쌍둥이는 대개 동일한 질병에 걸리고 동일한 이유로 죽는다. 쌍둥이가 되어 가는 인류는 여행비둘기처럼 사라질 수 있다.

박한선은 인간의 우월함이라는 허위를 버려야 인류가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공존 없는 독존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겠는가. 이제 인정하자. 인간의 자리는 자연의 사다리 꼭대기에 있지 않다. 동물의 왕국 어딘가에 있다. 이에 《인간의 자리》는 우리가 잊어버린, 아니면 일부러 무시해버린 인간의 자리를 다시 찾고자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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